2023/01 16

(詩)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시인

**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는 가수 박인희의 낭송 버전이 유명하다.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j72olwH8xvM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시인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庭園)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

현대시/한국시 2023.01.31

(詩) 노래가 된 시: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시인

**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은 노래가 된 詩중 하나이다. 가수 길은정이 이수익 시인의 우울한 샹송을 노래로 불렀다. 이 노래의 유튜브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Ux-377OvPbg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시인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처음의 의상(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愛情)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현대시/한국시 2023.01.31

(詩) 노래가 된 시: 개여울 - 김소월 시인

** 김소월의 개여울은 노래가 된 시 중 하나이다. 김소월의 개여울은 1972년 발매한 가수 정미조의 노래였다. 어디선가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이 노래가 바로 김소월의 개여울이다. 은근히 매력적인 노래이다. 정미조 노래의 유튜브 링크는 이렇다. https://www.youtube.com/watch?v=M3DoyPGt6FU 개여울 - 김소월 시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현대시/한국시 2023.01.31

(詩) 노래가 된 시: 한계령에서 1 – 정덕수 시인

** 정덕수 시인의 한계령에서 1은 노래가 된 詩 중에 하나이다. 이 詩에서 가수 양희은이 부른 노래 한계령이 나왔다. 한계령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한계령 - 노래 양희은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달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에서 1 – 정덕수 시인..

현대시/한국시 2023.01.31

(詩) 겨울 사랑 - 박노해 시인

겨울 사랑 - 박노해 시인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현대시/한국시 2023.01.26

(詩)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시인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시인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저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시/한국시 2023.01.26

(詩)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 양애경 시인

1 立冬 지난 후 해는 산 너머로 급히 진다. 서리조각의 비늘에 덮인 거리 어둠의 粒子가 추위로 빛나는 길목에서 나는 한 개비의 성냥을 긋고 오그린 손 속에 꽃잎을 급히 피워 낸다. 불의 의상을 입으며 事物은 하나하나 살아나기 시작하지만 불은 가장 완벽하게 피었다 지는 꽃 화사한 절망. 절벽으로 떨어지듯 꺼진다. 2 기침을 한다. 탄불을 갈며. 달빛 밑에 웅크리면 아궁이 옆으로 희미하게 흩어지는 그림자. 한밤중 여자들의 팔은 生活로 배추 속처럼 싱싱하게 차오르지만 좀처럼 불은 붙지 않는다. 食口들은 구들에 언 잔등을 붙인다. 어떻게 된 것일까 옛 집의 불씨는. 영원히 꽃피우는 전설의 나무와 같이 純金으로 제련된 불씨, 화로에 잘 갈무리되어 주인을 지켜주던. 3 이제 불은 때묻고 지쳤다. 누가 불을 去來하..

현대시/한국시 2023.01.26

(詩) 화이트 크리스마스 - 이홍섭 시인

화이트 크리스마스 - 이홍섭 시인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이 사철나무 가지를 뚝 뚝 부러뜨리고 있다 눈은 내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지금 저 먼데서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몹시 아프고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설원을 건너 푸른 심줄이 돋아나는 그의 이마를 짚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창 너머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그냥 바라만 보고 섰는 것이다 눈은 나리는데 눈은 쌓여만 가는데 어디선가 사철나무 가지는 뚝 뚝 부러지고

현대시/한국시 2023.01.26

(詩)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 김시태 시인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 김시태 시인 너무 많은 걸 잃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그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현대시/한국시 2023.01.26

(詩) 성탄전야 - 곽재구 시인

성탄전야 - 곽재구 시인 소년이 눈보라속을 걷는다 숲속의 작은 통나무집 눈쌓인 밤은 푸르다 소년이 통나무 집안으로 들어선다 성냥을 그어 램프에 불을 붙인다 창틀 앞에 아주 작은 눈사람이 엎드려 있다 소년이 눈사람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 준다 사흘 내내 기다렸니 이런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 소년이 눈사람에게 한 스픈 물을 먹인다 눈사람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소년이 눈사람을 안아 식탁 위로 옮긴다 성냥을 그어 벽난로에 불을 붙인다 벽난로에서 밀감 빛 크리스마스 캐럴이 쏟아져 나온다 소년이 턱을 괴고 눈사람을 바라보는 동안 눈사람은 조금씩 녹아 고슴도치가 된다 고슴도치도 턱을 괴고 소년을 본다 이번에 도시로 간 일 잘 되었단다 이제 혼자 남겨두고 가지 않을 게 창 밖에 눈보라가 날리고 밤은 성마태수난곡..

현대시/한국시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