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시) 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15. 2. 14. 20:31

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 시인

 

(강남 전철역 스크린 도어에 걸린 시)

 

꽃이 그냥 스스로 피어난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듯이

 

꽃이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벌과 나비가 있어야 하듯이

 

꽃의 향기가 저절로 멀리까지 퍼진 것은 아닙니다

꽃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있어야 하듯이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기도로 길을 내어 주고

눈물로 길을 닦아 준 어머니 은혜와 귀한 분들 은덕입니다

 

내가 잘나서 내가 된 것은 더 더더욱 아닙니다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 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

보이지 않는 그 분의 섭리와 은혜가 있은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