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현대시) 소금창고 / 이문재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16. 9. 4. 13:49

출처: http://www.poemlove.co.kr/bbs/board.php?bo_table=tb01&wr_id=84446&sca=&sfl=wr_1&stx=%C0%CC%B9%AE%C0%E7&spt=-122910


밝은 하늘: 이 시는 8월31일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소개되었던 시다.


소금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