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현대시)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16. 9. 4. 14:09

밝은 하늘: 이하의 시는 8월28일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에 소개된 시다.


대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은 날 / 강인한 시인

 

포켓이 많이 달린 옷을

처음 입었을 때

나는 행복했지.

포켓에 가득가득 채울 만큼의

딱지도 보물도 없으면서

그 때 나는 일곱 살이었네.

 

서랍이 많이 달린 책상을

내 것으로 물려받았을 때

나는 행복했지

감춰야 할 비밀도 애인도

별로 없으면서

그 때 나는 스물일곱 살이었네.

 

그리고 다시 십 년도 지나

방이 많은 집을 한 채

우리집으로 처음 가졌을 때

나는 행복했지.

그 첫 번째의 집들이 날을 나는 지금도 기억해

태극기를 대문에 달고 싶을 만큼

철없이 행복했지.

그 때 나는 쓸쓸히 중년을 넘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