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김득구 / 곽재구 시인(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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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배경이 되었던 김득구 선수(1955-1982)는 1982년 11월14일 경기에서 KO패 하고 나흘 뒤 11월18일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그 경기를 시청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놀랐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김득구 / 곽재구 시인(1954-)
외로운 네가
허공을 향해 조선낫을 휘두를 때
흰옷 입은 우리들은 아리랑을 불렀다
사랑과 집념을 위해
아니 그보다는 한 맺힌 네
슬픔과 기다림의 절정을 위해
너는 낯선 땅 힘센 미국 선수의
빛나는 부와 프론티어 정신 앞에
덜그럭거리는 조선맷돌 하나의 힘으로
네 슬픔의 마지막 절정 위에 큰 칼을 씌웠다
돈이 많은 나라
자국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아낌없이 사랑과 포탄을 쓰는 나라
우리들은 오늘 그 나라 대통령이 원하는
레바논 전쟁에 우리들의 꿈을 팔 것인가 생각하고
아침저녁 TV는 우리들의 희망 위에
또 한 겹 두터운 포장지를 씌우겠지만
너는 부서질 줄을 알고
너는 너의 슬픔의 한없는 깊이를 알고
너는 너의 사랑의 겸허한 목소리를 알고
너를 기다리는 사립문 위
어머니의 오랜 박꽃까지 알면서도
덜그럭거리는 조선 맷돌 디딜방아 한 방으로
이 낯선 힘센 나라의 콘크리트
벼랑 위에 부딪쳐 쓰러지는구나
사랑이 많은 나라
그리움이 깊어 속살 푸른 가을하늘의 나라
득구, 너의 고향 북한강에 지금은
늦가을의 골 안개 희게 흩어지고
네가 싸운 미국 땅 부러우면서도
아무런 부러움도 남길 것 없는 타인의 땅을 생각하며
우리들이 세워야 할 힘센
사랑과 희망의 푸른 그 날을 위해
오늘 네 쓰러진 머리 힘 빠진 목줄기에
네 어린 날 검정 고무신짝으로
네 고향 북한강 푸르디푸른 그리움의 강물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