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한국현대시) 아버지가 서 계시네 -이종문 시인(1955-)
밝은하늘孤舟獨釣
2019. 1. 6. 22:30
이 시도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접한 시이다.
소설같고 영화같은 아름다운 시이다.
나도 써보고 싶은 시이다.
이 시를 쓴 이종문 시인님은 계명대 한문학과 교수님이라 한다.
아버지가 서 계시네 -이종문 시인(1955-)
순애야~ 날 부르는 쩌렁쩌렁 고함 소리
무심코 내다보니 대운동장 한복판에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셨다
어구야꾸 쏟아지는 싸락눈을 맞으시며
새끼대이 멜빵으로 쌀 한 말 짊어지고
순애야~ 순애 어딨노? 외치시는 것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고 또 하도나 부끄러워
모른 척 엎드렸는데 드르륵 문을 열고
쌀 한 말 지신 아버지 우리 반에 나타났다
순애야, 니는 대체 대답을 와 안 하노?
대구에 오는 김에 쌀 한 말 지고 왔다
이 쌀밥 묵은 힘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래
하시던 그 아버지 무덤 속에 계시는데
싸락눈 내리시네, 흰 쌀밥 같은 눈이
쌀 한 말 짊어지시고 아버지가 서 계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