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열매는 왜 둥근가 / 공광규

밝은하늘孤舟獨釣 2020. 11. 16. 23:14

열매는 왜 둥근가 / 공광규

 

 

능곡 매화나무 가로수 아래

잘 익어 떨어진 노란 매실들

매실들을 밟으려다가 열매는 왜 둥근가를 생각했네

 

새잎부터 가뭄과 장마를 잘 견뎌

타죽거나 떠내려가지 않고

꽃이었을 때 비바람에 잘 견뎠다는 점수겠네

 

노란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꽉 채운 색깔과 향기는

오래 견딘 열매에게 주는

참 잘 했다는 하늘의 칭찬이겠네

 

잘 익은 매실을 바라보다가

세상의 모욕을 잘 견뎌 둥그러진 살마 하나를

오랫동안 생각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