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그렇지 않더냐 - 오세영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4. 19. 23:03
라디오 <ClassicFM>를 듣다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시인데 좋아서 인터넷을 찾아 전문을 찾았다.
이하는 그 시의 전문이다.
제목: 그렇지 않더냐
시인: 오세영 (1942-)
모든 추락하는 것들이
거듭나나니
땅에 떨어져 새싹을 틔우는 씨앗이
그렇지 않더냐
겨울의 마른 나뭇가지 위에서 뚝
떨어져 바닥에 나뒹구는 열매,
가문 허공에서 후드득 떨어져 흙을
적시는 빗방울,
아래로 아래로 미련없이 떨어지는 것들이 마침내
새 생명을 잉태하나니
어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라
탓할 수 있으랴,
모든 금간 것들이 또
새로운 세상을 여나니
깨져 자신을 버림으로써 싹 틔우는 씨앗이
그렇지 않더냐.
금 간 바위 틈새 사이로 빠끔히 내미는
난초꽃 대궁,
갈라진 구름 틈새로 화안히 내비치는
맑은 햇살,
한 생을 다스려 집중한 그 절정의 순간에
바싹 깨져 빈 공간을 만드는 것들이 마침내
새 생명을 잉태하나니
어찌 봄밤에 스스로 금가는 바위라
탓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