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밀물 - 정끝별 시인(1964-)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8. 4. 01:11

링크 주소: https://www.joongang.co.kr/article/4077975#home

 

[시가있는 아침] 정끝별 '밀물'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바다가 잠잠해서 정끝별(1964- )의 '밀물' 이런

www.joongang.co.kr

 

[시가있는 아침] 정끝별 밀물

중앙일보

입력 2001.05.17 00:00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바다가 잠잠해서

 

정끝별(1964- )밀물

 

이런 풍경이 도처에 가득하다면 세상은 태평성대와 다름없으리라. 비아냥거리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아주 맛깔 나는 시다. 시의 뼈대와 그 울림이 만만치 않다. 여기서 는 두 개가 겹쳐져 있다.

하나는 저녁에 항구에 닻을 내리는 배요, 나머지는 발가벗은 인간의 몸 아래쪽의 배다. 이 즐거운 언어유희를 일단 눈치챌 수 있어야 시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 두 줄의 절대 긍정은 문맥을 잘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의 배경까지도, 혹은 그 미움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니까.

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