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우포늪 – 황동규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8. 7. 21:58

우포늪 황동규 시인

 

우포에 와서 빈 시간 하나를 만난다.

온 나라의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잇달아 금을 긋는 송전탑 송전선들이 사라진 곳,

이동 전화도 이동하지 않는 곳,

줄풀 마름생이가래 가시연()

여기저기 모여 있거나 비어 있는

그냥 70만 평,

누군가 막 꾸다 만 꿈 같다.

잠자리 한 떼 오래 움직이지 않고 떠 있고

해오라기 몇 마리 정신없이 외발로 서 있다.

이런 곳이 있다니!

시간이 어디 있나,

돌을 던져도 시침(時針)이 보이지 않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