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공 – 김희업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8. 29. 08:32

김희업 시인

 

1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사람들은 공만 보면 무조건 차고 본다

기를 쓰고 달려든다

마치 공 속에 뭔가 들어 있기라도 한 듯

갖은 방법 다해 어떻게 해보려 한다

공은 둥글어서 충분히 서럽다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는 비밀처럼

공이라는 것은 텅 비어있어서 실체가 없다

공 속에는 그냥 텅 빈 이라서

아무 데고 비천하게 굴러다니다

보이지 않는다

 

2

냄새 풀풀 나는

지구같이 구겨진 모습으로

하수구에 처박힌 공

몇몇 일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아

자신이 버려졌다는 생각이 드는지

누군가 한번 발로 세계 차주길 기대하다 이내

공은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누추해진 지구가 자신의 상처를

둥그스름히 끌어안은 채 살아가듯

下水 따라 서서히 몸을 풀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는 식으로

 

- 현대문학 20099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