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8. 31. 22:30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 창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