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2. 9. 27. 22:39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시인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 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 질 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춘향이 마음>(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