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수평선 – 손택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6. 9. 13:40

수평선 손택수 시인

 

무현금이란 저런 것이다

두 눈에 똑똑히 보이지만

다가서면 없다, 없는

줄이 퉁 퉁

파도소리를 낸다

시퍼런 저 한줄

양쪽에서 짱짱하게 당겨진

밤이면 집어등이 꼬마전구들처럼 켜져

찌릿찌릿

전기가 흐르는

저 한 줄, 바다 한가운데 드니

구부러져 둥근

원이 되었다

아득하게 트인 감옥이 되었다

배가 바다의 배에 배를 얹고

젖을 빨다 까무룩

잠이 든다

 

----손택수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창비 201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