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세월 – 유치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6. 24. 23:19

세월 유치환 시인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여기 외따로이 열려 있는 하늘이 있어

하냥 외로운 세월이기에

나물 그늘 아롱대는 뜨락에

내려앉은 참새 조찰히 그림자 빛나고

자고 일고

이렇게 아쉬이 삶을 이어감은

목숨의 보람 여기 있지 아니함이거니

먼 산에 우기(雨氣) 짙을 양이면

자욱 기어드는 안개 되창을 넘어

나의 글줄 행결 고독에 근심 배이고

끝내 올 리 없는 올 이를 기다려

외따로이 열고 사는 세월이 있어

 

청마시집문성사,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