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민박집 할머니 - 김문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8. 2. 10:10

민박집 할머니 - 김문 시인

 

칠십 노파가 자식 쓰던 방에

가끔 민박을 치는데

귀가 어두워 큰 소리로 말을 해야

눈치 살펴가며 알아들으신다

 

초저녁 강둑에 나가 모깃불 놓을

쇤 쑥대 한아름 베어서

풀밭에 툴툴 터시기에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버러지도 산 목숨잉께

살 놈은 살라고 그라요 하신다

 

천지의 버러지들이 그 말을

넙죽 받아먹는데

나도 한 입 날름 받아먹고

찌르륵 찌르륵 울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