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부엉이 - 박목월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8. 18. 10:20

부엉이 박목월 시인

 

부엉이가 안경가게를 찾아 왔습니다.

ㅡ 아저씨, 낮에도 보이는 안경 하나 맞춰 주세요

부수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ㅡ 글쎄, 그런 안경이 있을지 모른다.

어디, 이걸 한번 써 봐,

안경집 아저씨가 새카만 선글라스를 부엉이에게

주었습니다.

ㅡ 어라, 참 잘 보이네요. 아저씨 고마와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부엉이는 뒷짐을 진 채 배

를 쑥 내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