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하늘이 제 빛으로 - 박일규 시인(193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8. 26. 22:34

하늘이 제 빛으로  -  박일규 시인

하늘이 제 빛으로 보이는 날은

새삼 기도문을 외우지 말자

 

고운 하늘빛 내려 앉도록

맑게 마음의 뜨락을 쓸자

 

배도 돛도 안 보이는 머언 하늘가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뵈는 날은

묵상과 염도도 고이 멈추자

 

나도 내 마음도 아득히 멀고

하늘만 맑게 보이는 날은

아무 기도문도 외우지 말자

 

사랑이, 거룩함이 누리에 자욱하면

어떤 기도문도 외우지 말고

처음인듯 우러러 하늘을 보자

 

*시인 소개*

박일규 시인은
1933년 전라북도 정읍 학동에서 태어나 전주농업학교, 전북대 상대를 거쳐
<어린이 신보>사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6·25 사변 때 사업에 투신하여 한국중앙기계 대표, 내쇼날 합성대표, 한국후지기계주식회사 회장 등을 지냈다.
한편 청년기부터 다듬어온 시력詩力으로 중년에 미당 서정주 선생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데뷔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하느님과 성모님의 현존을 체험하면서 매일 새벽 미사와 성체조배를 빠뜨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