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나리소 -도종환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9. 4. 16:41
나리소 – 도종환 시인
가장 높은 곳에 있을 때
가장 고요해지는 사랑이 깊은 사랑이다
나릿재 밑에 나리소 못이 가장 깊고 고요하듯
요란하고 진부한 수식이 많은 사랑은
얕은 여울을 건너고 있는 사랑이다
사랑도 흐르다 깊은 곳을 만나야 한다
여울을 건너올 때 강물을 현란하게 장식하던 햇살도
나리소 앞에서는 그 반짝거림을 거두고 조용해지듯
한 사람을 사랑하는 동안 마음이 가장 깊고
착해지지 않으면 진짜 사랑이 아니다
물빛처럼 맑고 투명하고 선해지지 않으면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