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바람의 이름으로 – 천양희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11. 1. 10:59
아래의 시는 천양희 시인의 시집을 읽다가 좋아서 옮겨본다.
바람의 이름으로 – 천양희 시인
땅에 낡은 잎 뿌리며
익숙한 슬픔과 낯선 희망을 쓸어버리는
바람처럼 살았다
그것으로 잘 살았다, 말할 뻔했다
허공을 향해 문을 열어놓는 바람에도
너는 내 전율이다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그것으로 잘 걸었다, 말할 뻔했다
바람 소리 잘 들으려고
눈을 감았다
그것으로 잘 들었다, 말할 뻔했다
바람은 나무 밑에서 불고
가지 위에서도 분다
그것으로 바람을 천하의 잡놈이라, 말할 뻔했다
천양희 시집 <새벽에 생각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