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개평 같은 덤 같은 – 임영조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12. 22. 10:42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소개된 詩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개평 같은 덤 같은 – 임영조 시인

 

내 나이 딱 오십이 되면

밥 빌던 직장을 그만두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또 했다, 한데

막상 쉰이 다 돼가는 어느 날

본 나이로 할까, 호적 나이로 할까

호적 나이라면 아직 이태나 남았는데

치사한 잔머리를 굴리다 예라!

본 나이 오십에 밥숟갈을 던졌다

 

어느새 나도 이태 후면 환갑이다

호적 나이로 치면 네 해나 남았다

갑년이라면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눈과 귀가 순해져야 할 텐데

나는 아직 눈이 바빠 탈이다

귀가 여려 탈이다

 

본 나이와 호적 나이 사이에

라일락꽃 흐드러진 봄이 오가고

한여름 매미 소리 귀를 찢는데

나는 아직 바쁜데 이를 어쩌나?

본 나이로 칠까 호적 나이로 갈까

망설이는 사리에 갑년은 올 것이다

이를테면 개평 같은 덤 같은

 

단어 풀이

개평:  노름에서 가진 돈을  잃어 무일푼이 되었을  돈을  사람의 몫으로부터 조금 얻어 가짐. 돈을 딴 사람이 다 잃은 사람에게 조금 나눠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