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저 아이에게 상을 주셔요 - 이오덕 선생(1925-200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3. 11:02

어린이를 많이 사랑하고 교육을 위해 獻身했던 이오덕 선생의 10주기 추모 시집을 읽다가 골을 때리는 詩라서 아래에 적어 본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저 아이에게 상을 주셔요 - 이오덕 선생

 

선생님,

저기 저 조그만 아이를 보세요.

이를 악 물고 달려가네요.

 

맨 꽁지에 가면서

저렇게 힘을 내고 있네요.

저 아이는

상을 타려고

앞의 아이를 이기려고

달리는 게 아니지요.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계신다고

동무들이 보고 있다고

힘껏 달리고 있겠지요.

 

저 아이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자랑스리 달려가는

맨 앞의 아이보다 훌륭하게 보여요.

옆의 아이를 밀치고 가는 아이보다 낫지요.

저 아이는 꼴찌라도 부끄럽지 않을 테지요.

저 아이 때문에 상을 타는 아이가 있지요.

 

선생님,

저 아이에게 

상을 주셔요.

(199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