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인류의 희망 - 이오덕 선생 (1925-200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3. 11:22

인류의 희망 - 이오덕 선생

 

어린이의 말은 시

어린이의 몸짓은 시

산새처럼 재잘거리는

피라미처럼 파닥거리는

팔팔 살아 있는

어린이는 생명 바로 그것

 

생명은 거짓이 없다

생명은 꾸미지 않는다

생명은 자연

생명은 바로 하느님

 

생명을 짓밟는 자 누구냐

생명을 속이는 자 누구냐

생명을 가두는 자 누구냐

생명을 해하는 자 누구냐

생명이 서로 적이 되어 싸우게 하는 자 누구냐

 

부끄러워라 우리 어른들

어린이에게 말하는 자유를 주자

어린이에게 뛰노는 자유를 주자

그리하여 그 생명의 시를 읽고

우리 모두 어린이로 돌아가자

 

아아, 어린이

어린이를 살리는 일

이것만이 인류의 희망이다.

(1990년대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