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희망에 대하여 - 이상국 시인(1946-)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8. 23:45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에서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詩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희망에 대하여 사북에 가서 - 이상국 시인

 

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우리나라 땅속에 아직 무진장 묻혀 있는 석탄처럼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버린 때는 없었다

 

그 불이

아주 오랫동안 세상의 밤을 밝히고

나라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었는데

이제 사는 게 좀 번지르르해졌다고

아무도 불 캐던 사람들의 어둠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섭섭해서

우리는 폐석더미에 모여 앉아

머리를 깎았다

한번 깎인 머리털이 그렇듯

더 숱 많고 억세게 자라라고

실은 서로의 희망을 깎아주었다

 

우리가 아무리 퍼 써도

희망이 모자란 세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