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새벽 안개 - 신경림 시인(1935-)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11. 14:07

새벽 안개 - 신경림 시인

 

사랑을 배우고

미움을 익혔다

이웃을 만나고 동무를 사귀고

그리고 더 많은 원수와 마주쳤다

헛된 만남 거짓 웃음에 길들여지고

헤어짐에 때로

새 힘이 솟기도 했으나

 

사랑을 가지고 불을 만드는 대신

미움을 가지고 칼을 세우는 법을

먼저 배웠다

법석대는 장거리에서

저무는 강가에서

 

이제 새롭게 외로움을 알고

그 외로움으로

노래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그 노래로 칼을 세우는 법을 배우고

그 칼을 가지고

바람을 재우는 법을 배운다

새벽 안개 속에서

다시 강가에서

 

- 실천문학사에서 펴낸 실천문학의 시집 50, 신경림 시집 <가난한 사랑노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