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선풍기에게 - 양광모 시인(196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21. 23:26

선풍기에게 - 양광모 시인

 

때를 기다릴 줄 알고

강약과 완급을 조절할 줄 알고

좌와 우를 차별하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해 고개 숙이고

세상을 위해 온몸 던지면서도

언제든 멈춰야 하는 순간에는

아무런 미련 없이 곧 정지해 버리는

 

너처럼,

이제 다시 생의 겨울이 찾아오면

나 또한,

뜨거운 바람 성실히 일으켜 보리라

나 또한,

꽃 같은 바람 간절히 피워 보리라

 

- 양광모 시집 <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