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마디 - 김창균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1. 29. 15:30

아래의 시는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마디 - 감창균 시인

 

돌아돌아 강진 어디쯤이었던가

청대 숲에 든 적이 있다.

그때, 그때였지

그대의 손마디와 내 손마디가 서로를

아슬하게 잡고 걸었던 오래된 길

손 잡고 걷는 길은 늘

한 사람의 마음을 접는 것이어서

마디마다 힘주어 산 저들의 속을 닮아

마음 주는 사람은 속이 궁글고

많은 가지 중 하늘 택해

중심을 잡는 저들 앞에 서서

내가 선택해 걸었던 길들을 

되짚어 본다.

 

한 번 금 가면 

발끝까지 쪼개지는 마음과

휘지 않는 말들도

내 앞에 앉혀보는 저녁

끝끝내

당신의 손마디가 아프게 부푸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