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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아고라/자유토론방/BlueOrange님의 글: 오늘날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녕하십니까?
    사람되기/시사 2015. 5. 4. 16:02

    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articleId=5747958&bbsId=D003&searchKey=subjectNcontent&sortKey=depth&searchValue=%EC%97%B0%EA%B8%88&y=0&x=0&pageIndex=2


    오늘날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녕하십니까? 


    글쓴이: BlueOrange



    때이른 더위가 심술맞은지라 여름인가 하니 이제 갓 5월의 시작.

    2015년도 정확히 3등분 하여 역사가 되어버린 5월의 첫 날.

     

    지난 4월은 여느 때 못지않게 파란만장 했다.

    성완종 리스트 이후 이틀 전 4.29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고 정권은 동력을 되찾는 듯하다.

     

    허나 4.29 재보선에만 매몰된 채 우리나라의 국제적 입지를 간과하기엔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녕하십니까?"

     

    “청와대 ‘얼라’들이 합니까?”

    2014년 10월 7일 외교부 국정감사장에서 친박 핵심인 유승민 새누리당 현 원내대표가 한 발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 없는 외교를 하는 정부를 질타하면서 한 말이다.

    발언의 배경은 2014년 9월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뉴욕 UN총회 방문을 앞두고 현지 주요 외교안보연구기관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대비한 사전 배포자료에 “일각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넣었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날 간담회에서 대통령은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는 흔히들 웃으며 하는 전쟁이라고들 한다.
    앞에선 술잔을 들어 건배하며 웃지만, 뒤에선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모양새이다.
    각국에 파견된 외교관을 공식적 스파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느 누구도 카드게임을 하며 자신의 패를 다 노출하지 않는다.
    포커페이스(Poker-face)를 유지하고 자신의 패와 상대의 패를 예측하며 자신의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
    하물며 카드게임도 그러한데, 전쟁이라는 외교에서 당사자들 간의 귓속말로 전하기도 쉽지 않은 “중국 경도” 발언을 청와대가 공개적인 자료로 배포했다는 것은 정말 ‘얼라’ 수준의 상식이하의 모습이다.

    청와대 외교라인의 무능함이 드러난 예는 또 있다.

    아시아인들의 축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폐막을 앞두고 갑자기 북한의 실세 3인방(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의 전격적인 방문이 있었다.
    아무리 단 12시간의 짧은 방문이었다지만, 지금도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왜 왔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청와대의 초청에 그들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들을 강제로 청와대로 끌고 가서 앉힐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집단인(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북한의 최고 권력 실세들과 우리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여러 현안을 논의할 자리조차 만들지 못하는 무능한 현 외교 당국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러한 과거의 단편적인 일례들을 반추해보면, 과연 "청와대와 현 정부의 외교라인에는 국내외 정세 고려한 모든 상황별 외교 시나리오가 있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청와대 ‘얼라’ 파문의 단초가 된 미국에서의 우리 대통령의 순방이 있음으로부터 반 년이 조금 지난 현재.
    미국에서의 또 다른 주체들의 외교가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다른 점은 미국의 상대가 우리가 아닌 일본이라는 것이고, 같은 점은 이번에도 역시나 우리의 외교정책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앙숙이었던 쿠바와 국교를 수립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파나마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59년 만에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악수를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은 일본과 신 밀월관계를 구축하는데 공감하고, 중국은 일본과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북한은 소원해졌다던 러시아와 중국과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러시아는 얼마 전 다음달 9일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행사에 김정은 방러를 공식 확인해줬으며(우리 정부 측에서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겸 특보가 참석예정), 중국 역시 김정은의 방중을 논의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북한의 자원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동북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의 정세가 급변하는 동안 우리 정부의 행보는 어떠했는가?

    지난 4월 19일 ~ 24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는 100여 개국 정상급이 참석한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회의가 열렸다.
    ‘반둥회의’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로 냉전 시기 미-소 어느 진영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연대와 협력을 다짐했던 ‘비동맹그룹’의 결집을 위한 회의였다.

    오늘날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가운데, 동남아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일본의 아베 총리도 참석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APEC 회의에서 냉담하게 아베를 맞이했던 시진핑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아베를 맞이했고, 역사를 직시해야한다는 할 말은 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곳에 우리의 대통령은 없었다. 대신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참석했다.

    같은 시기 우리의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떠났다.

    공교롭게 4월 16일에 출발을 하는 일정이라 가기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게다가 4월 16일 서울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첫 순방지인 콜롬비아로 향했는데, 콜롬비아는 다른 3개국과 달리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었으니 논란은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처럼 미국이 외교의 최우선 상대인 일본은 반둥회의를 들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과 사전에 일정조율을 했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과 만날 수 있던 ‘반둥회의’마저 포기하고 떠난 중남미 순방의 성과는 과연 얼마나 되는가? 

    현지에서 K-Pop 동호회원들 만난 것?
    페루 고대역사박물관을 관람한 것?
    언제나 그랬듯 패션쇼를 한 것?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남미 시장에 대한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는 되었으리라.
    그러나 중남미 4개국 역시 전임 대통령이 이미 순방한 곳들.
    3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

    한편 이러한 성과를 거두는 동안 우리가 포기해야 했던 기회비용은 얼마일까?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갈수록 작아지고, 줏대 없이 흔들리는 우리의 잃어버린 외교력은 얼마나 되는가?

    결국 고산지대를 쉼 없이 누볐던 대통령의 12일 간의 중남미 4개국 순방동안 무리를 했던 대통령은 인두염과 위경련에 쓰러졌고, 국무총리마저 사임되면서 국정의 1, 2인자가 사실상 부재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개인적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현직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언론에서 보도한 것은 처음 듣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극비사항일 텐데…….)

    2014년 2월. 취임 1주년 기념으로 많은 언론사들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취임 첫 해 “잘한다” 응답은 51%를 상회하였고, 긍정적 답변의 주된 이유 중 1위 외교-국제관계(19%)였다. (출처 - 취임 1주년 한국갤럽(2013년 2월 24일 ~ 27일) 설문조사 결과)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들에서 긍정평가는 조금씩 줄어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 평가의 주된 이유는 외교-국제관계 분야였다.
    그만큼 국민들은 외치는 일단 꽤 잘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수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칭찬받는 외치의 성과들은 어디에 있는가?

    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해외 순방이 잦다. 그것도 아주 많이.

    김영삼 - 28개국 14회
    김대중 - 37개국 23회
    노무현 - 55개국 27회
    이명박 - 84개국 49회

    박근혜 - 29개국 15회(취임 1년 동안)

    단순히 나랏일 하러 가는데 횟수로 딴죽 걸기는 애매하다. 그러나 유독 횟수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대통령의 순방 기간동안 국내에서는 매번 큰 사건들이 터졌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다.

    윤창중, 국정원장 NLL 회의록 공개, 채동욱 총장 사건, 기초연금 공약 파기, 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 리퍼트 미 대사 피습 사건, 세월호 1주기 당일 출국, 위헌을 자행하는 광화문 버스차벽 및 시위대 과잉진압, 이완구 총리 사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나라를 떠난 사이 일어나고 있었다.

    비단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아도 더 악화되는 경제난, 청년실업문제, 끊이지 않는 수첩인사 문제, 비선의혹, 핵심측근 비리의혹,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각종 복지정책 파기, 증세 없는 복지대신 담뱃값인상으로 대변되는 사실상 세금인상, 연말정산 파문, 정치적 갈등, 소통의 부재, 국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정부, 세대별-지역별 갈등 조장...

    역대 어느 정부도 집권 2년 차에 레임덕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레임덕의 우려와 함께 벌써부터 지는 권력이라는 냉대까지 받았으니 내치는 분명 낙제점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물론 4.29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압승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역설.)

    외치로 눈을 돌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참 암담할 뿐이다.

    ‘얼라’ 논란이 있기 전 이미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기로 합의하였다.
    더군다나 MB정부가 기한을 못 박아 한 차례 연기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도 우리 국방부는 양국 간의 합의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정부 측에서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의해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게다가 아베의 미국 순방을 통해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미국이 자위대의 전 세계 파병에 동의함으로써,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파병이 되어도 우리 정부로서는 주체적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미국이 추진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THAAD)의 도입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했다.
    사드는 한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의 실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싸드(THAAD)」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펴낸 김진명 작가의 말처럼, 사드는 우리가 “받으면 중국을 잃고, 안 받으면 미국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중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왜냐하면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명목적인 이유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진실을 한국과 미국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그나마 최근 개정 타결된 한미원자력협정은 그나마 실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그토록 꺼렸던 핵연료 농축-재처리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을 해준 것이다.
    그러나 2년을 연장하면서 얻어낸 성과는 기존의 내용에서 큰 변화가 없어 ‘미완의 타결’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현 정권은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를 하는 노력을 하였지만, 대일외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시피 하다.

    오늘날 모든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망언에 피가 거꾸로 솟고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국가 간의 외교는 냉철해야한다.

    당연히 우리 정부 차원에서 과거사 문제, 역사왜곡 문제 모두 해결해야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하지만 외교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철저한 'Give & Take!'

    우리가 과거의 일에만 집착하는 사이, 중국 시진핑은 앞서 언급한 ‘반둥회의’에서 아베를 만나 할 얘기는 다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의 철저한 일본 배제전략 속에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균형의 추가 중국과 일본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외톨이 신세가 된 격이다.

    이러한 외톨이 신세에 대한 우려는 아시아를 벗어나 자칭 '혈맹'이라 부르는 미국에게까지 향한다.

    아베노믹스를 바탕으로 보수층의 집결을 통해 내치의 기반을 닦고 총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아베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제1파트너는 일본이라는 인식을 심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당시 스시집에서 스시에 거의 손을 대지 않던 오바마가 백악관 만찬을 위해 일식 요리사를 초청하고, 영부인 미쉘 오바마가 특별히 마련한 접시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미국의 일본에 대한 환대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미국은 정상 간 담화를 통해 일본의 UN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하였다.

    (물론 어차피 나머지 4개국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자명하기에 불가능하지만 엄청난 립서비스임에 틀림없다.)
    또한 아베 총리의 외조부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훗날 미국이 사면해줌.)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과거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국빈에 대한 최고의 예우로 평가받는 국회 상-하원 공동 연설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이번 아베에게 일본 총리 최초로 상-하원 연설을 허락 했다.(당연히 우리 대통령도 상-하원 공동 연설을 했다.)

    반세기 전만해도 미국 본토를 공격한 최초이자 마지막 적국이었던 일본이 최근 들어 군국주의의 부활을 노골적으로 주창하여도 미국은 옹호내지는 적어도 묵인을 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일본이 좋아서?", "과거의 전쟁 따위는 쿨내나게 다 잊어버려서?"

    절대 아니다.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과거의 세계 최강대국이 아니다.
    그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세계 각국에 파병되는 미군.
    즉 미국의 국방력의 변화에 있다.
    국방력이라는 것은 결국 국방예산과 관련되는 것인데, 현재 오바마 정부의 재정 상태는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2년 전 국가 예산이 부족하여 시퀘스터(Sequester, 예산상 최대 적자규모 초과 시정부 지출 예산 자동 삭감)가 발동되어 공무원들이 무급 휴직을 하는 등 미국 전역이 마비가 된 적이 있었다.
    또한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 파병 미군을 지속적으로 감군하려는 정책의 역사는 아주 오래된 일이다.

    미국 정부의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적 핵심 요충지는 중동에서 동북아로 옮겨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다.
    중국과의 G2체제를 원치않는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즉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방예산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찾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일본이다.
    아태지역 방위비 절감 차원에서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적 변환을 꾀했고, 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에 배치하려는 사드 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요인들이 더해져 미국과 일본은 신 밀월관계를 꿈꾸고 있다.
    결국 우리는 미국이 절대 변치 않으리라는 순애보적인 짝사랑만 하는 사이 뒤통수 맞은 격이다.
    아무리 우리 스스로 한미동맹은 여타의 동맹과 차원이 다른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 주장한들 그 말로는 살 한 톨 떨어지는 게 없다.


    미국 스스로 우리나라를 필요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우리의 필요성을 증명해야한다.


    미-소 냉전을 지나 데탕트의 다극체제에서 미국의 초강대국 시기와 미국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중국의 등장까지.
    이후 미국과 중국의 G2체제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1C.
    우리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아직은 미국이겠지만, 명심할 점은 중국이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경제적으로 지원하여 그들을 친 중국 국가로 만들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정부 주도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여기에 대한 가입을 놓고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머뭇머뭇 거리다 뒤늦게 참여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제적,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세계 속 강대국들의 틈바귀 속에서 늘 수동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 정부의 외교라인.
    이 모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가능한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결국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은 종국에 남북 간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대륙과 대양을 잇는 지구상 최대의 지정학적 수혜지이면서, 동시에 최고 수준의 국제적 알력이 상존하는 한반도이다.
    미국과 중국의 G2 싸움도 결국 미국의 남한과 중국의 북한으로 대변되면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힘을 한반도에서 과시하고픈 까닭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영구 동토층이 많아 얼지 않는 항구를 위해 러시아는 언제나 동쪽 바다의 부동항을 노렸고, 일본은 언제나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해 한반도를 전초기지로 생각해왔다. 중국은 과거엔 자신들의 속국으로 지금은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를 포기할 수 없다.

    우리네 역사는 천혜의 지정학적 요건을 유연하고 탄력적인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이 작지만 세계 속의 강한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예들을 보여준다.
    신라시대 아라비아 상인들이 드나든 울산항은 국제무역의 중심지였고 이를 통해 한반도는 유라시아의 시작과 끝, 실크로드의 시작이라는 창대한 역사의 중심지가 되었다.
    조선시대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실리외교를 추구하여 임진왜란 이후 국력의 회복에 기여했다. 구한말 유길준의 「서유견문」 속 중립화론이나 김홍집이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남하를 방비할 목적으로 청의 황쭌센이 쓴 「조선책략」이나 모두 외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미 정해진 운명인 지정학적 위치는 바꿀 수 없을지라도, 위정자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외교의 힘이다.

    분단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듯, 통일도 우리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한반도는 원래 그런 곳이다.

    그러니 무게 중심의 균형을 잘 잡아야한다.
    이러한 균형을 잡아가는 모든 과정들이 반만년동안 이 땅위에서 함께 해온 우리 민족의 삶이자 역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교는 어렵다.

    더구나 1648년 유럽에서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국가’라는 단위가 국제무대의 주체가 된 이래,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게 되었다.

    각 나라는 자국에 득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각종 합종연횡이 행해지고,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된다.
    영원한 적은 없다는 진부한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분야가 외교이다.

    나는 단순히 “일본 정부의 망언과 역사왜곡을 덮고 넘어가자”,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해야한다”, “중국과 너무 가까이 하지마라” 식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자함이 아니다.

    여러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자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중국이 일본에 했던 것처럼 대화도 하고 할 말 하면서 실익을 챙기도록 노력하고,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겉으로는 비굴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만이 한반도에 자리한 우리나라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원초적인 시절부터 외교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주 복잡한 것이고, 절대불변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시의 적절하게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등의 끊임없는 전략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가진 것이 사람뿐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우리나라라면 외교의 힘이 얼마나 더 중요한가!


    (미국에서조차 ‘테러’라 언급하지 않고 정신 나간 괴한의 피습으로 보는)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부채춤이나, 왕에게나 했던 석고대죄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설령 일반 국민은 그럴 수 있더라도 관료들, 외교 당국, 정부, 대통령이라면 현재의 문제들을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한다.

    거란족에 대해 말 한마디로 싸우지도 않고 광활한 영토를 수복했던 고려 왕조의 서희가 가졌던 비범한 외교 수완이 오늘날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나는 (물론 그렇기를 바라지만)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늘 외교적으로 좋은 성과만을 거둘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하니까. 그것이 외교이니까.

    그러나 현 정부의 외교 정책은 그러한 정책도 방향도 전무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임시변통을 위한 순간의 계책은 결국에 자승자박이 될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 동서고금의 따끔한 교훈이 아닌가?

    나는 외교 전문가도 아니고 지식이 짧은 탓에 참으로 두서없이 말을 떠벌이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나에겐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완벽한 해결책이란 없다.

    하지만 지금의 혼란스러운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나의 좁은 상식과 편협한 안목으로 이 글 속에서 내가 잘못 판단한 내용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 정권의 최측근 실세인 여당 원내대표가 이미 반 년 전에 작심을 하고 말한 ‘얼라’ 발언을 떠올려 보면, 무지몽매한 국민인 내가 하는 여러 우려들이 모두 기우일 뿐이라고 단정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미국과 중국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축복"

    이는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 대해 지난 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 말이다.

    과연 우리는 진정 러브콜을 받아 행복한 꿈을 꾸는 것일까?
    실상은 헛된 일장춘몽이 아닌지 볼을 한 번 지그시 꼬집어 봐야할 때이다.

    다시 한번 물어 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외교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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