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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

아래의 시는 Classic FM에서 이상협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소개된 시이다. 백무산 시인은 처음 들어본 시인이라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노동운동가 시인이다. 새로 이분을 알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내가 아는 시인들 가운데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시는 피정 혹은 휴식의 근거로 슬 수 있는 혹은 이런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다.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

현대시/한국시 2024.04.23

(시) 미안하다 1 – 이희중 시인(1960-)

아래의 시는 시집을 읽다가 좋아서 기록해 둔다.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 1 – 이희중 시인(1960-) 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빛이 사람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 풀잎들아 미안하다 너희 푸른빛이 사람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이 사람의 몸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한 일 뱀, 바퀴, 쐐기, 모기, 빈대들아 미안하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려고 사는 못된 것들이라고 건방지게 미워한 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먹이를 두고 잠시 서로 눈을 부라리고는 너희를 적이라고 생각한 일 내게 한순간 꾸며 보인 고운 몸짓과 귀한 말에 묶여 너희를 함부로 사랑하고 존경한 일 다 미안하다 혼자 잘난 척, 사람..

현대시/한국시 2024.04.23

(시) 기쁨 – 천상병 시인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기쁨 – 천상병 시인 친구가 멀리서 와, 재미있는 이야길 하면, 나는 킬킬 웃어 제낀다. 그때 나는 기쁜 것이다. 기쁨이란 뭐냐? 라고요? 허나 난 웃을 뿐. 기쁨이 크면 웃을 따름, 꼬치꼬치 캐묻지 말아라. 그저 웃음으로 마음이 찬다. 아주 좋은 일이 있을 때, 생색이 나고 활기가 나고 하늘마저 다정한 누님같다.

현대시/한국시 2024.04.22

(시) 별들의 야근 – 김선태 시인

아래의 시는 2022년에 샘터에서 펴낸 이해인 수녀님의 에 실린 21년도 현대시학 10월호에 실린 시이다. 이해인 수녀님이 좋아하는 시라고 책에서 밝힌 시이다. 별들의 야근 – 김선태 시인 우주에 사는 별들은 해가 퇴근하면 출근한다 밤새 눈을 비벼가며 새벽까지 반짝반짝 야근한다 아주 흐린 날을 빼고는 사시사철 결근이 없다 달처럼 보름 주기로 휴가도 가지 못한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야근하는 별들 때문이다

현대시/한국시 2024.04.21

(시)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아들의 나비 – 전윤호 시인(1964-) 나는 여태 구두끈을 제대로 묶을 줄 모른다 나비처럼 고리가 있고 잡아당기면 스르르 풀어지는 매듭처럼 순수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내 매듭은 잡아당겨도 풀리지 않는다 끊어질지언정 풀리지 않는 옹이들이 걸음을 지탱해왔던 것이다 오늘은 현관을 나서는데 구두끈이 풀렸다며 아들이 무릎을 꿇고 묶어주었다 제 엄마에게 배운 아들의 매듭은 예쁘고 편했다 일찍 들어오세요 버스 정류장까지 나비가 따라왔다

현대시/한국시 2024.04.20

(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 정현종 시인(1939-)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 부 -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 세계사에서 펴낸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중에서 -

현대시/한국시 2024.04.20

(시) 오이 밭 – 박화목 시인(1924-2005)

아래의 시는 어제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다. 오이 밭 – 박화목 시인 희미해지는 내 어릴 적 추억에서 지금도 설명하야 잊을 수 없는 것은 달밤 오이 밭에 같이 앉아 오이를 따먹으며 나의 손을 고옥 쥐던 순이의 얼굴이었다 이 밤도 달빛은 의구히 환 하노니 아해처럼 오이를 한입 물었으나 잠시 미각을 잊고 잠시 추억에 잠기노라

현대시/한국시 202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