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568

(시) 그 마음자리 – 김시천 시인(1956-)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된 시이다. 그 마음자리 – 김시천 시인(1956-) 칼도 써먹지 않으면녹이 스는 법이니라네 맘도 닫아걸면바로 폐가이려니사랑이라는 게 별거더냐제 마음 다 열어그냥 주고 마는 게지아서라,그 마음자리 아니거든문 닫고 도로 누워라- 시집 "마침내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 중에서 - ■시인 소개■56년 충북 청주 출생.시집 "청풍으로 살던 나무"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등

현대시/한국시 2024.05.03

(시) 오월 연가 – 김남조 시인

아래의 시는 그저께(5월 1알)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오월 연가 – 김남조 시인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 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 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5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 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는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불타고 있음은 내가 사랑을 ..

현대시/한국시 2024.05.03

(시) 강도에게 주는 시 – 오장환 시인(1918-1951)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재미 있는 그러나 슬픈 시이다. 요즘 말로, 웃픈 시이다. 강도에게 주는 시 – 오장환 시인 어슥한 밤거리에서나는 强盜를 만났다.그리고 나는웃었다.빈 주머니에서 돈二圓을 꺼내들은내가 어째서 울어야 하느냐.어째서 떨어야 되느냐.강도도 어이가 없어나의 뺨을 갈겼다.—이 지질이 못난 자식아이같이 돈 흔한 세상에 어째서 이밖에 없느냐.오- 世上의 착한 사나이, 착한 여자야.너는 보았느냐.단지 詩밖에 모르는 病든 사내가三冬치위에 헐벗고 떨면서詩한수 二百圓그 때문에도 마구 써내는 이 詩를 읽어보느냐. --------위의 시는 1946년에 쓰여진 시임.

현대시/한국시 2024.04.30

(시) 청소 시간 – 이해인 수녀 시인

아래의 시는 4월 28일 월요일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心)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청소 시간 – 이해인 수녀 시인앞치마에 받은물기 어린 아침나의 두 손은 열심히버릴 것을 찾고 있다날마다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나를 쓸고 닦는 일먼지 낀 마음 말끔히 걸레질해도자고 나면 또 쌓이는한 움큼의 새 먼지부끄러움도 순히 받아들이며나를 닮은 먼지를구석구석 쓸어낸다휴지통에 종이를 버리듯내 구겨진 생각들을미련 없이 버린다버리는 일로 나를 찾으며두 손으로 걸레를 짜는새 날의 시작이여

현대시/한국시 2024.04.30

(시) 비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희중(1960-)

아래의 시는 인터넷에서 만난 시이다. 비를 가르쳐 주는 사람 -  이희중 시인(1960-) 한적한 이차선 도로가 지나는중학교 앞 큰 교회 옆소박하지만 제 나름 멋을 낸 동네 카페 테라스에서젊은 엄마가 두세 살 아이를 안고비 내리는 처마 밖으로 손을 내밀며무언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봐.이런 게 비야, 비.가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지. 오래전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어느 날두세 살 내게도 비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을 텐데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 햇살을 가르쳐 준 사람, 햇살의 따스함을 가르쳐 준 사람, 손바닥 한가득 햇살을 담아 내 볼을 맨 처음 감싸 준 사람. 나비를 가르쳐 준 사람, 나비가 하늘하늘 날 때와 팔랑팔랑 날 때의 차이를 가르쳐 준..

현대시/한국시 2024.04.27

(시)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시인(1960-)

아래의 시는 이희중 시인의 시집 을 읽다가 어떤 시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시인데, 그동안 간직했다가 아래에 소개한다. 오늘의 노래 -  이희중 시인(1960-)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헤어질 때는 항상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

현대시/한국시 2024.04.27

(시)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 – 나태주 시인(1945-)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 – 나태주 시인(1945-) 천천히 가자 쉬어 가면서 가자오늘 가야 할 곳까지 가지 못했다고걱정하거나 안달할 일은 없다가다가 멈추는 자리가오늘 가야할 자리다 쉬어야 할 자리다바람 좋다 바람도 마시고구름 좋다 구름도 보고내 앞에 참으로 좋은 사람이 있다좋은 사람 마음속에 얼룩진슬픔의 그늘 기쁨의 물결도 좀들여다보면서 가자높은 가지 낮은 가지바람에 불려 나뭇잎들이 떨어져발 밑을 뒹군다 어찌할 건가?

현대시/한국시 2024.04.27

(시)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흰 꽃들 - 송수권 시인(1940-2016) 온 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사오월 우리들에 핀 욕심 많은조팝나무 가지의 꽃들만 한 것이 있을라고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귀를 모아본다.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속에는 네다섯 살짜리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온통 즐거움의 소리들이다그것도 볼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발라서머리에 송송 도장 버짐이 찍힌 놈들이다.코를 훌쩍이는 녀석도 있다금방 지붕 위의 까치에게 헌 이빨을내어주고 왔는지 앞니 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조팝나무 가지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 웃음소리가한 종일 떠날 줄 ..

현대시/한국시 2024.04.24

(시)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

아래의 시는 Classic FM에서 이상협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소개된 시이다. 백무산 시인은 처음 들어본 시인이라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노동운동가 시인이다. 새로 이분을 알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내가 아는 시인들 가운데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의 시는 피정 혹은 휴식의 근거로 슬 수 있는 혹은 이런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다. 정지의 힘 – 백무산 시인(1955-)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

현대시/한국시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