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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 유종인 시인 (1968-)현대시/한국시 2011. 4. 23. 10:49
가시 / 유종인(劉鍾仁) 시인 (1968-)
손바닥 선인장엔
골고다 예수보다 훨씬 많은
바늘 같은 못들이 손에 박혀 있다
떨어져버리는 잎새들의 환란을
저처럼 작고 뾰족하게 벼려놓았다
잎새가 드리우던 그늘 대신
겨우 손바닥 위에
바늘 그림자 촘촘히 떠놓는다
바늘로 햇살을 떠먹는 가시 숟가락들,
사막의 식사는, 햇빛에 인색해야 한다
바늘 몇 쌈을 뒤집어쓴 손바닥 안에
바늘 허리는 뿌리처럼 숨겨두었다
햇살마저 그림자 바늘을 토한다
어떤 손길도 잘 닿지 않아
스치는 그림자마저 손잡아주지 않는구나
스스로 감옥에 갇힌 저 늙은 초록들,
바늘을 한 움큼 삼킨 사내의 목소리나
들어보고 싶구나
아니, 무수한 바늘을 품고도
仙人의 掌은 스스로
손끝 하나 긁히거나 찔리는 법이 없다
그림자조차 남기는 법 없는
궁금한 바람조차 푸른 손뼉 소리나 듣자고
신선의 손목을 건듯 흔들고 지나간다
<저자 소개>
1968년 인천 출생.
인천전문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외 9편이 당선되며 등단.
200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과 2003년 『동아일보』 시조부문에 당선.
시집에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수수밭 전별기』 등이 있고,
산문집에 『염전』, 『산책』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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