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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1903-1950)현대시/한국시 2009. 4. 25. 13:03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1903-195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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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적 김영랑이 첫사랑이었던 무용가 최승희를 잊지 못해 결혼한 이후에도 그리워 하는 가운데 지었다는 유명한 시다. 시인 이근배 선생의 증언을 통해 이런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연 사랑이 지독하면 어떤 결실이든 낳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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