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인문학

(인문학) 주용일 시집 『꽃과 함께 식사』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4. 4. 17:29

북리뷰1-주용일 시집 『꽃과 함께 식사』

중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시와 함께 식사

 


중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헌책방을 기웃거리던 중,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주용일 시인의 시집 『꽃과 함께 식사』를 주워 읽었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좋았고 더불어 이 시인에 대한 느낌도 덩달아 좋아지더니, 급기야 나는 이 책을 친지들에게 직접 몇 권 구입하여 보내주었다. 시인이 내 나이 또래인데다 이 시집의 내용이 참 좋았다. 남성이지만 중년기를 호되게(?) 보내는 나로서 몇 편의 시는 참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그 중에 몇 편을 예로 든다면, “바닥을 친다는 것에 대하여”, “얼음 대적광전”, “틈” 등은 이 시집에서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시편이다. 2,30대에는 시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 40대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시 속에서 인생을 보고 깨달음을 찾고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런 나를 뭐라고 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글은 간단한 북리뷰이기 때문에 앞에서 잠깐 밝힌 시(詩)들 중에서 몇 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닫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르는 곳이 바닥이지만

   바닥이 없다면 호수는 하늘을 담지 못하고

   우물은 목마른 이의 갈증 풀어주지 못한다

   <바닥을 친다는 것에 대하여>에서 일부


   사랑하면 사랑에 목숨 묻기도 하듯이

   물 속에 살기 위해선

   얼음이 되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얼음 대적광전>에서 일부


   틈이 있으니 내가 있었구나

   고마워라 세상의 모든 틈들이여

   나에게 틈을 주어 풀방구리 생쥐처럼

   들락거리게 하며 머물게 하며

   희열을 주는 것들이여

   <틈>에서 일부


이렇게 좋은 글과 만나고 부터, “나의 식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외로움으로 날카로워진 송곳니를/함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고 감히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2009/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