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장) 아고라/소녀의 일기장 님의 아름다운 글: 큰딸 선배에게 구십 도로 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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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선배에게 구십 도로 절했습니다

글쓴이: 소녀의 일기장

갈고 닦기를 좋아하고 덕행이 뛰어나 오히려 스승이 제자에게 배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너무 책읽기를 좋아해서 스물여덟에 백발이 되고 서른이 갓 넘어 죽었습니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는 알면서도 모르는 사람에게 묻고 재능이 있으면서도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 묻고 누가 해코지를 하여도 보복하지 아니하고 남에게 절대 화내는 일이 없어서 제 2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사람 바로 안회입니다. 

그런 안회의 한 가지 단점은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궁핍함 속에서도 즐겁게 인간의 도리를 지켰으며 자신의 분수를 알고 욕심내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바로 안빈낙도와 안분지족, 이 말 한마디로 그의 삶의 철학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성현의 삶인 안빈낙도와 안분지족을 제 삶에 대입하니 어느 날부터 제 입가에 미소가 돋았습니다. 헛된 욕망과 망상을 버리고 냉철한 생활인이 되어 내 처지와 내 분수에 맞는 삶을 살기 시작하자 비록 부유하지는 못해도 사는 게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옛날 증자는 하루에 세 번 반성하라고 가르쳤지요. 
남과 이웃을 대함에 정성을 다하였는가 
친구를 대함에 신의를 다하였는가 
오늘 하루 배운 것을 익히고 실천하였는가 

이런 증자와 달리 저는 하루 세 번 웃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나 자신을 웃겨 주었는가 
가족을 웃겨 주었는가 
이웃을 웃겨 주었는가 

일소일소 
한번 웃으면 한번 젊어진다. 
한번 웃으니 자꾸 웃을 일이 많아집니다. 
웃음이 웃음을 부르는 것이지요. 

내가 웃는 것을 넘어 남을 웃기는 경지가 될려면 먼저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됩니다. 웃음은 내 마음의 여유가 없이는 안되는 것이지요. 저는 웃음의 근원을 지금의 각박한 현실에서 찾습니다. 요즘같은 시절에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 

마침 주문전화가 와서 기쁜 마음으로 배달을 갔습니다. 현관문을 열어주는데 키와 몸집이 조그만 여학생이 서 있었습니다. 한 5학년 정도 돼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이는 약간 있어 보였습니다. 결제를 하면서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해서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말을 받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면 우리 큰딸보다 1년 빠르네요. 어느 중학교인가요?" 

"ㅇㅇ여중요." 

"우리 큰딸도 ㅇㅇ여중인데 그러고 보니 우리 큰딸 선배님 되시는구나." 

그 말을 마치면서 계산을 끝내고 나오기 직전 저는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두 다리와 두 팔을 가지런히 모은 다음 부하가 조폭 형님께 인사하듯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면서 "선배님, 우리 큰딸 좀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 여학생이 웃으며 알았다고 했습니다. 저도 같이 따라 웃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하루 세 번 웃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저는 큰딸 선배에게 제 딸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 선배가 제 딸이 누군지 어떻게 아냐고요? 몰라도 됩니다. 왜냐하면 그 선배가 보기에 "후배 아빠가 당신의 딸을 얼마나 사랑하면 딸뻘인 나에게 구십 도로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를 다할까, 그러니 어느 후배인들 귀하지 않을까 모든 후배들을 저 아저씨 딸이라 생각하고 아껴주어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지 않겠습니까? 

보다 높은 사랑 
최고의 휴머니티를 실천하는 사람 
저 삼류 배달부 소녀의 일기장은 오늘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