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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그리스) 아고라/세일러 님의 글: 그리스와 독일, 유로존의 미래국제문제/유럽 2015. 7. 7. 11:02
출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3329198
그리스와 독일, 유로존의 미래
그리스 국민투표는 결국 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것도 애초에 박빙일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61%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거부되었다.
이제 그리스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위험한 시기에 단기적인 예측과 그에 따른 대응은 금물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기적 시장 동향이 아니라 사태의 ‘추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할 것인데, ‘추세’라면 대체로 명백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간에 뭔가 타협안이 만들어지면서 시간을 좀 더 연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사태를 낳은 근본원인이 개선돼서 앞으로 그리스가 별 문제 없이 이대로 좋아질 수는 없다.
현재는 그리스의 총리도 긴축안에 대한 거부가 유로존 이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결국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리스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유로존 자체가 해체하게 될 것이다.
유로존의 완전 해체…
유럽 사태의 최종 귀착점이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현재 진행중인 유럽 사태는 국가를 통합함이 없이 화폐만 통합하는 시도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세계적인 불황기로,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조차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려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는 판국이다.
그러므로 그리스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나라라면,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단일 통화’의 저주?…휘청이는 유로존" 한겨레 19시간전
그리스가 유로화에 묶여있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그리스 사태로 인해 그리스 드라크마화가 대폭 평가절하되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 관광객이 대폭 늘어났을 것이고, 그리스 경제는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가 유로화에 묶여있다보니 ‘그리스의 드라크마화’가 아니라 ‘유로화’가 절하되었다. 그리고 그 절하의 효과는 유로존 내의 압도적 수출흑자국인 독일이 대다수를 가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은 그리스로 인해 이익을 본 만큼 그리스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는 ‘미국 합중국’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윤택한 뉴욕주의 세금 수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부 농업지대 거주민의 국민연금과 실업수당을 지원한다.
유로존은 ‘유럽 합중국’을 지향하고 있다. 만약 유럽이 미국처럼 하나의 합중국이었다면 위와 같은 구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일이다.
하지만 유로존은 미국처럼 하나의 국가가 아니다.
그 때문에 독일 지역 거주 유럽인의 세금 수입으로, 그리스 지역 거주 유럽인을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독일 지역 거주 유럽인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은 명백하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국가를 통합함 없이 화폐만 통합한 ‘유로존’이라는 구조 자체에 있다. 그러므로 이 구조를 깨지 않는 한 다른 어떤 대책도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그 때문에 크루그먼이나 스티글리츠 같은 경제학자들이 유로존 탈퇴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스, 차라리 그렉시트 택하라” 스티글리츠·크루그먼 ‘위험한 제안’…왜?" 한겨레 5일전
ㅇ ‘국가’란 무엇인가
‘역사의 전개’라는 보다 긴 호흡으로 본다면, 지금 우리는 ‘유럽 합중국’이라는 국가의 탄생이 끝내 불발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 게다.
이를 지켜보노라면 ‘미국 합중국’의 탄생을 그렸던 ‘국가의 탄생’이라는 흑백영화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미국 합중국이라는 국가를 탄생시켰던 원동력은 ‘실존’이었다(보다 구체적으로는 남북전쟁이었다…).
지금 우리는 인류의 지성이 ‘이성적인 합의’를 통해 국가를 탄생시킬 수 있는 정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는 듯 하다.
‘국가’라면 즐거움(호황)만이 아니라 어려움(불황)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럽 합중국’을 지향하는 ‘유로존’의 경우 대략 2006년까지 지속되었던 경제 호황기에는 모든 것이 좋아보였고,그에 따라 세계인의 찬탄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어려움(불황)에 봉착하자 상황은 순식간에 일변했다.
지금 우리가 유럽에서 보고 있는 것은 ‘하나된 유럽’이 아니라 ‘자국 이기주의’와 ‘타자에 대한 증오’ 뿐이다.
그렇다면 유로존은 분명 실패다.
유로존이 ‘실패’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 그 결과는 끔찍한 것이다. 왜냐하면 유로존은 쉽게 해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과 그에 따른 증오를 양산해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로존은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겨났다.
되돌아보면, 귀찮은 책임은 회피하고 즐거움만 누리자는 시도가 성공할 리 없건만, 당장 눈 앞의 쾌락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탐욕이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리고 이 기형적인 괴물을 탄생시킨 책임을 따져보자면, 독일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독일은 EU와 유로존 탄생을 주도했다. ECB 역시 독일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EU에서 압도적인 수출 흑자국인 독일은 그렇게 행동할 유인동기가 있었고, 실제 유로존 탄생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다.
이번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로 유로화가 평가절하되었으니 그로 인해 독일의 수출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그리스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들 중 다수가 독일로 들어갈 것이다.
독일은 이처럼 유로존 시스템으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얻어 가면서도, 그 댓가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그리스인들이 모두 치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리스 77세 은퇴 약사 권총자살…"긴축살인이다 " 군중 시위 뉴시스 2012.04.05
노인의 곁에는 35년이나 연금을 불입하고도 받는 돈으로 호구조차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비참한 상황이 되기 전에 나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연금은 이미 40%가 삭감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에 벌써 ‘긴축살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상태에서 일방적인 추가 긴축과 연금의 추가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온당치 못하다.
채무자가 다 갚지 못할 만큼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도 분명 잘못이 있는 것인데, 그 채권 추심이 채무자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독일인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도 온당치 못하다.
독일은 1차 대전에서 패전한 후 막대한 전쟁배상금 채무를 짊어져야 했다. 당시 승전국들은 채무의 이행을 혹독하게 강제했는데, 이는 분명 부당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나찌즘이 등장하는 토양이 마련되었고, 결국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독일은 2차 대전에서 거듭 패전했으나, 이번에는 승전국들이 과거의 경험에서 배웠고, 그에 따라 독일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그로 인해 독일 경제는 크게 일어설 수 있었다.
독일인들은 왜 자신들의 경험에서 배우지 않는가?
하지만 실상은 겉보기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닌지…
ㅇ 사람은 계산기가 아니다
사람을 돈다발로 협박함으로써 모욕을 감수하게 할 수 있을까?
아내의 어깨 너머로 보는 한국의 드라마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한 때 세계를 휩쓸었던 신자유주의 사조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번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융커 EU 집행위원장 역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자살하지는 않는다"며 찬성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다.
하지만 위에서 본 그리스 노인이 자살한 이유는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지 않은가?
노인은 자신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것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신의 머리에 대고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긴축 강요가 그리스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그 의미를 가볍게 흘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압도적 거부는 “돈다발을 흔듦으로써 그리스인을 모욕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할 수 있다. 껍데기는 사라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는 시기이다.
사람에게 돈이 상당히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진행되는 사태의 본질을 바로 보려면,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가 풍미하면서 그 사조에 반대했던 사람들조차 은연 중에 물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30년 같은 때는 인류 역사에서 매우 드물게 보는 시기였을 뿐,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돈이 가장 중요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스 위기> 국민들은 왜 반대를…'역사적 감정'도 작용" 연합뉴스 4시간전
이번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이 '반대'를 택한 것 역시 경제 논리가 아니라, 그리스인의 자존심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당했던 역사가 있다.
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수많은 그리스 국민이 강제 징병·징용으로 끌려가서 희생됐고 고대 유물들도 약탈당했다.
이런 역사가 있는 독일이 최대 채권국으로서 그리스에게 강한 채무 상환 압박을 가하니 그리스 국민들의 반감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다.
이제 유럽 사태는 ‘경제 문제’만으로 볼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번 그리스 사태를 독일이 주도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거 30년대 대공황에 뒤이어 지금 ‘21세기 대공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0년대 대공황 때 벌어졌던 일이 지금 그대로 반복되는 경우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대 대공황 당시 유럽은 금본위제를 유지하고자 집착했고, 그 때문에 대공황의 고통을 키웠다.
지금 21세기 대공황에서 유럽은 유로화를 유지하고자 집착하고 있고, 그 때문에 고통을 키우고 있다.
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금본위제에서 일찍 탈피한 나라가 회복이 더 빨랐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유로화에서 빨리 벗어나는 나라가 당장의 고통은 크겠지만, 길게 보면 회복이 더 빠를 것이다. 그 때문에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30년대 대공황은 금본위제를 해체시켰다.
이번 21세기 대공황은 유로화를 해체시킬 것으로 보인다.
순리로 보면, 유럽은 오히려 적극 나서서 유로화를 능동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지금처럼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방식으로 해체되면 그 과정에서 무수한 증오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증오가 가져올 결과가 두렵기 때문이다…
30년대 대공황은 2차 대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21세기 대공황은 큰 전쟁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두렵다…
독일이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서 더 두렵다…
세일러 Sailor
우리미래연구소장
연구소 링크 : 우리미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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