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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끝판 / 한용운 (1879-1944)현대시/한국시 2009. 5. 16. 14:25
사랑의 끝판 / 한용운 (1879-1944)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려다가 초를 거꾸로 꽂았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 사람들이 숭보겠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겠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 줄이 완급(緩急)을 잃을까 저퍼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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