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성장

(자아성장) 미즈넷: 여기 글보면서, 느낀게, 전 결혼 참 잘했나봅니다.

밝은하늘孤舟獨釣 2018. 3. 19. 15:21

출처: http://bbs.miznet.daum.net/gaia/do/miztalk/love/womantalk/default/read?articleId=910873&bbsId=MT005


미즈넷에 보면 대개 불행한 얘기가 대부분인데 이하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 글보면서, 느낀게, 전 결혼 참 잘했나봅니다.


결혼 8년차, 전 여전히 남편을 짝사랑 합니다. 남편이 사랑이 가득해도.

서른둘에 결혼해 벌써 제가 마흔이되고, 첫 만남은 각박한 일에, 삶에 많이 힘들때

취미로 다녔던 집 근처 공공도서관. 퇴근해 책 읽는게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

당시 남편은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공부를 할때였네요.

멀리서 봤을대 잘은 생겼는데, 좀 많이 느끼하게 생긴 얼굴. 그냥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갔어요.

공부를 하는지 책을 읽는지 모르지만,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주변에 시험기간에 아이들이 떠들어도 아량곳 안하고 책에 푹 빠져 있던 남자가 제 남편이었네요.

한 두세달 보다보니까, 이제 제가 책을 읽으러 가는지, 그 사람을 보러 가는지 모를정도. 그 당시 나이에 설레임이라는게 있을 줄 몰랐어요. 항상 그 자리에 생수통 하나 놓고 책을 보던 저희 남편.

연애 꽤나 해본 저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었네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 되었나봐요.

한번은 마음먹고 남편 옆자리에서 책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말을 건게 시작.

처음으로 목소리를 들었을때, 그때 진짜 녹아버리는줄 알았어요. 너무나도 부드러운 목소리,

일찍 독립해 사회생활 하면서 까칠대마왕이라고 불릴정도로 각박하게 살던 저의 메마른 마음에 봄바람이 부는듯 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건 남편의 그 눈빛. 느끼하다 할 수 있지만, 쌍커플에 진한 눈썹에...너무 맑은눈....

사귀게 되고, 데이트를 하면서 제가 온갖 불평불만이 많았음에도, 그냥 당시 남편 몇마디에 사르르 녹고....눈을 쳐다보면 울다가도 웃게되고....그때 들은 생각이

이 사람을 위해서면 나는 진짜 10억도 아깝지 않겠구나....

제가 힘든 이야기 할때, 남편은 정말 절 잘 위로해줬어요...그리고 생각외로 너무 엉뚱하고 유쾌한 사람. 당시 남편은 돈이 없던 시절, 저는 그래도 벌만큼 벌던 시절.

머라도 하나 먹이고 싶어서 그 짠순이인 제가 머라고 먹이려고 하면 굳이 싫다고 하던 남자. 막상 잘 먹을거면서.

남편 시댁은 시어머니가 공무원이셔서 노후 걱정은 없으셨지만 저희 결혼할때 보태 주실 상황은 아니었어요. 시아버지 빛이 좀 있어서. 남편도 거의 무일푼이었고.

하지만 비교적 넉넉한 저희집, 저희 친정아빠가 남편 보시고 흔쾌히 제가 구하려는 집에 보태주셔서 시작한 소형아파트.

남편은 작은 파트타임하면서 공부하고, 저는 여전히 회사생활, 그리고 임신.

워낙 성격이 급하고, 까칠하던 저인데, 싫은건 잘 못참는 스타일이고. 거기에 임신까지 더해지니 딸 낳고 산후 우울증이 왔어요. 엄청 예민한데...남편은 그때 마다 아무말 없이 와서 불면증까지 시달리던 저를 안고 토닥이면서 자줬어요.

아무리 피곤해도, 하다못해 당시 주말에 알바라고 하고 일용직을 다녀왔음에도, 힘들텐데, 굉장히 밝게 여전히 그 좋은 목소리로 저 달래주고, 웃겨주면서, 제가 짜증부려도 투정부려도 안아주면서 아이랑 함께 푹 자게 도와주고.

그래서 우울증 약도 안먹고 견뎠어요. 저한테는 남편 목소리와 향기와 피곤할때 내는 코골이가 최고의 약이었어요.

그렇게 세월이 많이 지나고, 벌써 첫째 딸, 둘째 아들이 곧 학교 들어가고, 남편은 결실을 맺어 작은 돈이지만 생활비를 가져다 주네요. 늦은나이에 공공기관에 들어갔어요.

사실 버는건 제가 남편보다 두배는 더 벌어요. 하지만 저는 남편 없으면 못 살것 같아요. 이 사람이 회식을 하던, 술을 만취해서 먹고 늦게 들어오던, 머라고 등짝 스매싱을 날려도, 웃으며 안아주면 아직도 사르르 녹고, 그 만취한 상태에서도 제가 좋아하는거, 아이들 좋아하는거 검은 봉지에 사서 오는거 보면 미워할래야 미워 할 수도 없네요. 아이들한테는 너무나 좋은 아빠고.

어린 시절 사귀었던 남자들한테 넌 왜그리 까칠하냐 소리도 많이 들었던 저인데.

인연이란게 따로 있었나봐요. 시댁도 너무 좋으시고.

아직도 저희는 신혼 같아요. 남편이 술을 좋아라해서, 애교섞인 문자로 11시까지는 들어갈게~~ 하면 저는 삐진척 하면 또 애교~~ 그래서 미워 할 수가 없어요~

갑자기 뜬금없이 엊그제는 츄파춥스 한통을 사오더니 화이트데이 선물이라고....

같이 출근하면서 남편이 춥다고 손 꼭 잡고 자기 주머니에 넣어주면 너무 행복하고....

맨날 저는 말로만 밉다고 하지...미워 할 수가 없어요....아무리 힘들어도 남편 눈을 보고, 목소리만 들으면 펑펑 울음이 나오고....다 울면 남편이 안아주는게 아직도 너무 좋네요.

저희 부부는 집착? 그런거 없어요. 그냥 삶에 서로가 단 하나뿐인 친구겸 애인. 그리고 정말 속안썩이고 잘 크는 아이들의 부모.

제가 회식이 늦게 끝나 늦은밤 들어오면~ 다음날 생각나면 콩나물국이라도 끓여주는 사람....

첫째 둘째 임신때 웃으면 이쁜 아이 나온다고, 맨날 저 웃겨주던 사람인데~~ 어찌 미워할지...

이런 남편이 늦게 시작해 늦게 자리 잡고, 처음 저랑 결혼할 때, 너무 없는 남자랑 결혼하는거 아니냐 수근대던 친구들. 당시 그 짜증을 부렸지만 그냥 웃어주던 제 남편...이제는 연봉 1억짜리 남자도 안부러워요.

솔직히 남편이 곁에만 있어주면, 저는 제 벌이로도 다 살수 있고, 제일 무서운건 이 사람이 제 곁에 없는거. 그건 상상하기도 싫어요. 좋아하는 술 먹고, 친구들 만나고~ 하하호호 웃으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제 곁에만 있어주면 좋겠어요~

엊그제 남편이랑 아이들 데리고 오랜만에 에버랜드 다녀왔는데, 여전히 허당에 엉뚱한 남편이지만, 제 눈에는 그리 귀여울 수가 없네요. 오죽하면 딸한테 너희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해요. 돈도 중요하지만, 정말 없이 온 남편이지만, 천금보다 귀하네요.

그런 남편 낳아주신 시댁도 섭섭할 일도 섭섭하지 않게되고. 오히려 더 챙겨드리게 되고.

하무튼 다 나쁜 결혼은 없는것 같아요.

인연이 아닌 결혼이 나쁜거지. 저도 당시로 치면 노처녀적에 결혼한거지만, 아직도 먼저 퇴근하면, 조금 늦게 퇴근하는 남편 볼때마다 설레여요. 매일매일이 첫사랑 보는듯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