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정 옷 한 벌 -- 박일규현대시/한국시 2021. 8. 26. 14:25
검정 옷 한 벌 -- 박일규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조촐한 봇짐 챙겨 드시고,
아무 생각 없는 듯 어금니만 지그시 물고
살던 집 조용히 떠나시던 날
돌아 누운 어머니 한밤중에 일어나
딸이 비우고 간 빈방에서
얼마나 목메어 울었을거나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으라"
"너희는 이것을 받아 마시라"
어느 새벽이었을까
딸과 어머니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뼈가 녹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신 것은.......
수녀님!
검정 옷 한 벌
거저 입으신 게 아니시지요
<월간독자 Reader> 2021.4월호에 실렸는데 이곳에 모셔왔음.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남는가 - 박노해 시인 (0) 2021.09.16 비 -- 이준관 (0) 2021.08.26 오늘 내가 나를 슬프게 한 일들 - 정채봉 (0) 2021.08.23 나태주 시인 <완성> (0) 2021.06.14 청자 오리형 연적 - 월탄 박종화 (0)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