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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서 9 – 최재형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9. 13:34
아래의 詩는 오늘 아침 라디오 <주현미의 러브레터>에서 "느낌 한 스푼"이란 코너에서 소개된 시라서, 검색을 해보았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가을과 맞아떨어지는 조금 우수와 비애가 느껴지는 詩이다.
공원 벤치에서 9 – 최재형 시인
벤치에 혼자 앉아 있으면 문득
함께 살던 식구들 생각이 난다
지금은 내 곁을 다 떠나가고 없는
그 식구들이
아내는 산에 갖다 묻고
자식놈은 분가해서 나가 살고
딸년들은 모두 제 짝을 만나
남의 식구가 돼 가고
나는 지금 혼자 살고 있다
어쩌다 한 자리에 모일 때가 있으면
이미 그들은 이전의 내 가족이 아니다
인제는 다들
내 마음 밖에서 살고 있다
이제 내게는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세월이 마지막으로 내놓는
절박한 문제가 있다
이런 딱한 사정을 노인들은
서로 말하지 않는다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앉아 있을 뿐이다
나도 지금 그들과 마주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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