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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의 편지 – 황동규현대시/한국시 2024. 10. 29. 12:36
아래의 시는 오늘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가을의 편지 – 황동규
우리는 정신없이 이어 살았다
생활의 등과 가슴을 수돗물에 풀고
버스에 기어오르고, 종점에 가면
어느덧 열매 거둔 과목의 폭이 지워지고
미물들의 울음소리 들린다
잎 지는 나무의 품에 다가가서
손을 들어 없는 잎을 어루만진다
갈 것은 가는구나
가만히 있는 것도 가는구나
마음의 앙금도 가는구나
면도를 하고 약속 시간에 대고
막차를 타고 밤늦게 돌아온다
밤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서
부서진 얼굴을 만지다 웃는다
한번은 문빗장을 열어놓고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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