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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선풍기 – 유용주 시인(1959-)현대시/한국시 2025. 6. 9. 20:43
아래의 시는 오늘 클래식 FM,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백승주 아나운서 진행의 FM 풍류마을에서 소개되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선풍기 – 유용주 시인(1959-)
지천명 문턱을 간신히 빠져나온
늦가을 새벽은
툴툴거리다가 지쳐 떨어지고
치열했던 열정은 식어
이 빠지고 머리칼 성글고 눈 흐려진 지 오래,
처진 가슴 위에 먼지만 쌓이는구나
닦아내면 상처 자리 빗살무늬 선명한데
여기저기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철사로 동여맨
검푸른 한 생애
주름살 파도 넓게 퍼져나간다
장좌불와 20여 년,
아내만큼이나 낡은 몸이 되어
부품 교헤하고 수술 자국은 아물어
덜컹거리면서 돌아가는구나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삼복더위,
죽부인이 따로 없구나
날개는 철망에 갇혀 있을 때 더 많은 자유를 원하지,
아내는 흰머리를 뽑아 일기장 위에 쌓아놓고 출근을 했다
게월은 방학도 없나 보다
이제 마지막 더위,
갱년기와 싸울 일만 남았다
무슨 힘으로 저 철망을 뚫고 날아갈까
허연 수의 입고 독방에 갇혀버린
날개이자 감옥인 울울창창 내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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