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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나무 - 함민복 시인현대시/한국시 2025. 10. 12. 21:48
오늘 클래식 라디오의 어느 프로그램에서 들은 시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시 제목과 시인만 메모해 두었다. 전문은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는데, 아래와 같다.
감나무 - 함민복 시인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엄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름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 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함민복의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22년 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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