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백산의 양떼 / 신경림 (1935- )현대시/한국시 2009. 12. 14. 13:24
소백산의 양떼 / 신경림 (1935-)
창비시선 115 <쓰러진 자의 꿈>에서
소백산자락의 목장에서 양떼를 모는 개는
이상하게도 영어만 알아듣는다
뒤로 가 하면 우두커니 섰다가도
고백 하면 재빨리 천여 마리 양떼 뒤로 가 서고
몰아라 하면 딴전을 피우지만 캄온 소리엔 들입다몬다
미국서 훈련받은 개들이라 날쌔고 영악하기 사람 뺨쳐
양치기들은 종일 시시덕거리고 장난질이나 치며
몇 마디 영어로 명령만 하면 된다
모르고 있었을까 정말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까
영어만 알아듣는 개한테 쫓기는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들 울부짖음에는 눈만 멀뚱거리다가도
캄온 하는 명령에는 기겁을 해서 양떼를 몰고
스톱 하고 호령하면 목숨을 걸고 세우는 것이
개만이 아니라는 걸
또 개를 영어로 부리며 시시덕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양치기만이 아니라는 걸
마침내 영어만 알아듣는 개라야
두려워하게 된 것이 양떼만이 아니라는 걸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인의 나라 / 신경림 (1935- ) (0) 2009.12.18 댐을 보며 / 신경림 (1935- ) (0) 2009.12.14 진드기 / 신경림 (1935- ) (0) 2009.12.13 길 / 신경림 (1935- ) (0) 2009.12.13 우언7-눈에게 / 권달웅 (1944- ) (0) 200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