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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갈 때 자리가 잡힌다 / 이경구현대시/한국시 2010. 9. 18. 21:29흔들리며 갈 때 자리가 잡힌다 / 이경구
지하철 의자 자리 하나 비었다
빈자리 양 옆으로 남자 둘이 앉아 있다
한 남자는 다리를 벌리고 자고
또 한 남자는 아시아계 검은 피부의 남자다
나이 지긋한 50대 아주머니 한 분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밀고 들어가 앉는다 그러다 말고 다시 주춤, 그러자
검은 피부 남자가 옆으로 당겨 넓혀준다
생각해 보면 간신히 앉은 것인데
전철이 흔들리며 몇 정거장 가자
다 바로 앉게 되었다
다리를 쩍 벌리고 자던 사람을 깨우지도 않고
불편하게 자리를 좁혀준 사람도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자리를 잡아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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