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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얼음> / 박남준 시인 (1957-)현대시/한국시 2011. 4. 11. 17:24
<따뜻한 얼음> / 박남준 시인 (1957-)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안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쫒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저자에 대하여>
박 시인은 1957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시 '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로 문단에 데뷔했다.
지리산 자락에 묻혀 시를 쓰는 박남준 시인은 공지영 작가의 책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다정다감하고 마음이 따뜻한 '버들치' 시인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주요 저서로는 '박남준 산방일기'(조화로운삶 펴냄), '꽃이 진다 꽃이 핀다'(삼인 펴냄) 등이 있다.
경향신문 어제(4월10일자) 보도에 의하면,
박남준 시인이 제13회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심사위원들은 “박남준의 시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한국시의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일상의 언어로 써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의 시에 어리는 소소한 일상의 서민적 눈물과 다정한 햇살의 따스함은 이제 높이 평가받을 때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의정부 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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