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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절하고 싶다/박숙이현대시/한국시 2012. 4. 16. 13:50
- 절하고 싶다/박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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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엎드려 절을 하고 싶다
공손히 공손히 절 올리고 싶다
잘못한 일 너무 많아 절 올리고 싶다
마른 골짜기 휘돌아 나오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한 잔의 차 앞에서도 고개 숙이고 싶다
오월의 신록 앞에 고개 수그리고 싶다
내 발자국 불러모아 함께 엎드리자고나 해 볼까
이제, 내 스스로 내 가슴에 수인 번호를 달아야 하리
불새도 못 되면서 불새인냥 퍼덕인 죄
측백수림도 못 되면서 푸르름을 스스로 가장한 죄
사랑을 핑계삼아 사랑을 너무 오래 구속한 것 같다
진실을 앞세워서 진실을 너무 괴롭힌 것 같다
달팽이처럼 곡선으로 몸을 말아 올려야할까
내가 나에게 먼저 겸손하게 고개 숙일까
내 옆에 서 있는 그림자 여전히 뻣뻣한 것 좀 보라지
허기의 자존심이란? 빈 콩깍지처럼
털어내도 여전히 뻣뻣하기만 한 것일까
- 시집<활짝>(2011.시안)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글쓴이 : 환희가 원글보기메모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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