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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먹어, 라는 말은 / 이인원 시인현대시/한국시 2013. 8. 31. 21:02
천천히 먹어, 라는 말은 / 이인원 시인
팔팔 끓어오르는 된장국 속 건지들처럼
모처럼 일찍 귀가한 네가 무지 반갑다는 말,
혼자선 슴슴했던 두부 부침을
넌 천배백배 더 구수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말
생선가시 하나하나 발라주며
낮에 있었던 일을 살짝살짝 염탐해 보려는 말
볼이 미어터지는 네 허겁지겁을
코앞에 붙어 앉아 은근히 즐기고 싶다는 말
네가 밥 한 숟갈 먹는 동안 나는
고팠던 너를 두 숟갈은 떠먹겠다는 말
물바가지에 띄운 버들잎 대신
시시콜콜 내 간섭을 숭늉처럼 후후 불어가며 마시라는 말
—《문학과 창작》2011년 겨울호
***시인 소개***
1952년 경북 점촌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졸업.
199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마음에 살을 베이다』『사람아 사랑아』『빨간 것은 사과』.
***이 시는 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스크린 도어에서 발견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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