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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죄를 고해하다 / 김명원(1959-)
    현대시/한국시 2013. 12. 8. 16:05

    죄를 고해하다 / 김명원(1959-)

     

    사랑했던 사람아,
    네가 원하는 때를 골라
    마음의 제방을 허물어
    너의 강이 넘치도록 두고
    너의 물이랑들이 타오르도록 다만 둔 것,
    나의 첫 죄를 고해한다. 

    배고픈 강녘에 가만 앉아
    스스로 황홀해질 때까지
    내 살점 하나씩 떼어내어
    네 입에 물수제비로 떠 넣어주며
    점점이 어둠과 안개의 다리에 의지하고
    평생 너만을 지켜본 죄, 너만을 기다린 죄,
    나의 큰 죄를 고해한다. 

    느끼는 무릎 간신히 세워
    백발의 바람에 나부끼면서
    사랑했던 사람아,
    원하는 것 무엇 더 주련.
    너만을 그리다 멀어버린 두 귀
    너만을 노래하다 목 쉰 심장
    너만을 용서하다 누더기 된 언어 
    사랑했던 사람아,
    여리고 여려 간절한 일생이 너와 나 사이에 있었다고
    여기에 그렇게 써도 되겠니?

    - 시집『사랑을 견디다』(푸른사상, 2010)

     

    <시인에 대하여>

    참고로 이 시를 쓴 김명원 시인은 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59년 충남 천안 출생으로 이화여대 약학과를 나와 제약회사와 종합병원을 다녔던 그는 1995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는 젊은 나이에 생존율이 40%도 안 되는 암을 앓으면서 만약 다시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게 무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어릴 적부터 그토록 소망했던 시를 쓰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5년간의 혹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지역과 전국규모의 여성백일장에 나가 수상하는 등 점차 자신감을 얻어 1996 <시문학〉으로 등단하게 된다.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본격적인 전업시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박사학위(국문학과)를 받는다

    그간 노천명문학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대전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고. 지금은 웹진『시인광장』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전대 문예창작학과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집으로는 『달빛 손가락』등을 펴냈으며 올해 제3시집『사랑을 견디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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