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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김대식 腦과학 전공 카이스트 교수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

밝은하늘孤舟獨釣 2014. 7. 25. 13:28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40725115605537


<파워인터뷰>[단독]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

김대식 腦과학 전공 카이스트 교수


중략

―'착각'이나 '착시'가 진화생물학자가 주장하는 '자유의지는 없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인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자유의지란 내가 뭔가를 원했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꼬리물기다. 인간은 팔을 올리는 아주 단순한 결정에서부터 결혼을 하는 대단히 복잡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정을 한다. 그런데 이게 말로는 쉽지만 사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팔을 든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는 등 엄청난 물질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 내가 뭘 원한다는 것은 비물질적인 것이다. 사실 비물질적인 의도가 물질적인 세상에 변화를 준다는 것은 물리학에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벤저민 리벳 박사가 자유의지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몇백 밀리 세컨드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 전에 뇌에서는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자유의지라고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인데 사실은 나라는 자아가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뇌는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내가 무언가를 원해서 선택을 한다. 즉 선호가 있어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대 뇌과학에서 선택을 먼저 하고 선호를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선택은 하나의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을 치면 그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처럼 단일한 인과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과관계가 합쳐져 이뤄진다. 그래서 현대과학에서 '선택의 풍경'이란 말을 쓴다. 산꼭대기에서 하나의 공을 굴리면 산의 풍경에 따라 공이 굴러내려 온다. 프레임은 선택돼 있지만 어떤 결정이 날지는 모른다. 이처럼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기계다."


중략

―자유의지가 없다면 '책임'이라는 개념도 설 자리가 없는 것 아닌가.

"책임이라는 개념은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인간은 자유롭고 선택에 대한 자유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지란 것이 알고 보니 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미국에 있을 때 한 달에 한 번 보스턴에서 뇌과학자들과 법조계들 모임이 있었다. 판사 한 분이 뉴욕에 있을 때 은행 임원이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부인을 살해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임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두엽에 암이 있었다. 전두엽은 사람의 성격과 선택을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그 임원이 자유의지로 부인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뇌가 병에 걸려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판사는 그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인간의 신경세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교수님은 자유의지가 없더라도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믿는 사회가 없다고 검증된 사회보다 낫다는 말을 했다. 독일에 있는 제 지도교수님은 과학적으로 자유의지(프리 윌)는 없는 것 같지만 적어도 프리 언윌(free unwill)은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 머리 안에서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나를 선택하게 만들지만(그런 프로세스 자체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선택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free unwill)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자제를 얼마나 했느냐를 가지고 책임을 따질 수 있다고 했다. 지도교수님은 현재 교황의 자문 역할을 맡고 계시다. 이처럼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의 핵심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숨겨서는 안 된다. 뇌과학에 있어서는 불편하고 숨기고 싶은 사실들이 많다."


―또 어떤 것들을 숨기고 싶어 하나.

"숨기고 싶은 또 다른 진실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보이는 대로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뇌가 계산해 낸 아웃풋(결과물)이다. 고양이는 컬러를 못 보니 흑백으로 세상을 본다. 박쥐는 세상을 초음파로 본다. 초음파로 보는 세상은 어떨까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세상이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 있는 게 아니고 뇌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인간들 간의 소통이 가능할까? 인간 각자가 뇌도 다르고 유전자도 다르고 경험도 다를 텐데.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사과를 보고 '빨갛다'고 말을 하지만 빨간색에도 복잡한 패턴과 색깔이 있다. 문제는 언어의 해상도가 생각의 해상도보다 더 낮다. 그래서 언어로는 빨갛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빨간사과'라는 말로 표현하고 서로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하 생략


** 소감 **

1) 젊었을 적부터 인간의 자유의지가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로 고민해온 사람으로서, 참 반가운 기사다.

2) 아직 단정해서 인간의 자유의지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과학적으론 없는 거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3) 그럼 내 종교적 가르침과 배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종교적 가르침의 핵심교리는 아니니 다행이다.

4) 위에서도 언급되었으니, 자유의지가 없어도 얼만큼 자제하도록 노력했는가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