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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하현달 / 목필균현대시/한국시 2009. 4. 26. 13:58
깊은 밤에 하현달 / 목필균
사흘을 울고 나더니 소리 없이 하현달이 떴다. 울어도 가버릴 사람 다 가버린 깊은 밤, 슬그머니 눈물 닦고 창가에 걸터앉아 내 안을 들여다본다. 희미한 불빛으로 새어 나왔을 쓰다만 일기장 속을 비스듬히 기대서서 훔쳐보는 야윈 얼굴. 비 내린 사흘 동안 홀로 제 몸 말렸을 달빛도 오늘은 나와 함께 밤을 샌다.
나의 사랑이 떠나버렸다. 슬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데 3일간 비가 계속 내리다가 모처럼 하늘이 맑아지니, 밤하늘에 하현달이 떠있다. 하현달은 야윈 얼굴로 책상위에 놓인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하다. 아, 3일간 달도 눈물을 흘리다가 오늘은 나와 함께 밤을 지새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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